자녀의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를 좋아한다고 같은 반 남자애가 사귀자고 그런다.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거절하면 상대가 슬퍼할 것이고 허락하면 전교에 소문이 날텐데….
친구들의 부추킴에 일주일 동안만 사귀어 보기로 하고 좋은 아이라고 생각되면 계속 사귀기로 했다. 사귀어 보는 동안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남자친구를 사귀다 보니 평소 하는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귀게 된 다음날부터 그 남자 아이는 선물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물을 받자 너무나 많은 부담감이 밀려왔다. 나도 선물을 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선물을 주었고 일주일 정도 되자 그게 점점 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애와 그만 사귀기로 했다.”(초등 5학년)
이 소녀에게 있어서 일주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대적으로 긴 일주일이었을 것이다. 이 소녀는 자기의 생활을 타인이 되어 살펴 보기도 하고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희노애락의 감정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자기의 결정으로 ‘싫다’고 선언도 해본다.
요즘엔 초등학생중에서도 소위 ‘연애실험’을 감행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부모들은 이들의 연애를 장난으로 보거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의 눈빚으로 본다. 그래서 축하하는 마음으로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기보다는 가볍게 무시해 버리거나 불안감을 가진 채 훈육하려 한다. 특히 연애 없이 결혼한 부모들이나 연애에 대한 상처를 앉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자녀와 대화가 단절된다. 자녀의 연애 과정에 대하여 너무 속속들이 알려고 하거나 판단해서 얘기하면 아이들은 저만치 도망가 버린다. ‘그애 공부 잘해? 손은 잡았니? 뽀뽀는 했니? 설마 아니겠지?’ 이런 말보다는 긍정적 지지를 해주는건 어떨까? ‘네가 그 얘기를 해주닌까 엄마도 참 즐겁네’ ‘너희들 사귀는 게 잘 되기 위해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일반적으로 10대들은 연애를 통하여 ‘자기’를 발견하게 되고 한층 더 성숙을 경험한다. 누군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연애의 감정이 싹튼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소중한 에너지이고 축복 받을 일이다. 그러나 부모와의 친밀감의 두께가 얇을수록 아이들은 손쉽게 상대방에게 몰입하고 좌충우돌 상처와 좌절을 많이 겪는 듯하다. 자녀의 연애에 대하여 정답을 주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자녀를 믿고 지지해 주는 후원자가 되어 보자.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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