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그리 아버지를 부끄러워했을까
박태훈 / 울산 대송고등학교 3학년
아버지는 고독하다. 우리 아버지 역시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30대에 인생을 결정하셨다. 엄마와 결혼하셨고 울산으로 이사를 와서 중공업에 들어가셨다. 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장만하셨고 자식을 넷이나 낳으셨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버지는 늙어 갔다.
무리를 하시던 아버지께서 하루는 일찍 들어오셨다. 당시 5학년이었던 나는 아버지께서 웬일로 일찍 오셨나 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허리를 다치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누나들은 모두 공부한다고 집에 없었고. 결국 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할 줄 몰랐다. 아버지가 허리를 밟아달라고 하면 귀찮다고 해 주지 않았고 친구들이 집에 오면 누워 있는 아버지가 너무 부끄러웠다. 약 1년 후 다시 일터로 나가셨고 나는 집에 아버지가 안 계신 게 너무 좋았다.
중학교 때의 어느 토요일, 아버지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다치셨다는 것이다. 엄마는 너무 놀라셔서 한동안 말을 잇지도 못했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병원 갔다가 집에 온 아버지를 보고 안심이 됐다. 엄지손가락을 다치신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벼운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또 일터에 나가지 못했고, 나는 또 귀찮게 하는 아버지와 지내야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아버지는 다시 일하러 가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그때 장애 3급 판정을 받으셨단다.
몸까지 다쳐도 일하시던 우리 아버지가 2년 전에 퇴직하셨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면서 누나들을 대학에 보냈고 나를 키워 주신 것이다. 퇴직을 하시고도 아버지는 쉬지 않으시고 다른 일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주말에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러 가시기도 했는데 나는 그때도 아버지가 집에 놀지 않아 좋았다.
요즘 아버지께서는 온산 공단에 일하러 가신다. 3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 때문에 새벽 6시에 나가셔서 오후 10시에 오신다. 밤에 녹초가 되어서 오시면 밥을 드시고 바로 주무신다. 집에 12시가 돼서야 오는 나와는 당연히 대화하는 횟수가 적어졌고.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왠지 죄송하다. 얼마 전 큰 누나가 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그날 멋지게 차려입고 앉아 계셨다. 그날 아버지는 양복을 입으셨는데, 나는 아버지가 양복 입은 것을 두 번째로 봤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는 무표정으로 앉아 계셨다. 식 중에 매형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회자가 매형에게 신부측 아버지를 업으라는 지령을 내렸다. 매형은 아버지를 업었고 무표정이었던 아버지의 표정이 순간 활짝 펴졌다. 그때 나는 느꼈다. 아버지께 힘이 돼 드리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닌 사소한 것이라는 사실을. 업어 주고 손잡아 주는 아주 사소한 것들. 이러한 것들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늘어가는 주름만큼 하나하나씩 가깝게 다가가야겠다. 그동안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싫어했던 마음도 같이 말이다. <평> 진솔한 고백 통한 성찰이 감동 대체로 삶은 팍팍하다. 현실에 쫓기다 보면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에 역전극을 펼치듯 그동안 못한 것들을 만회하리라 마음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이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 진솔한 고백을 통한 성찰의 자세가 큰 감동을 주는 글이다. 고용우/울산제일고 교사, <함께여는 국어교육> 편집장 koyongu@chol.com
요즘 아버지께서는 온산 공단에 일하러 가신다. 3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 때문에 새벽 6시에 나가셔서 오후 10시에 오신다. 밤에 녹초가 되어서 오시면 밥을 드시고 바로 주무신다. 집에 12시가 돼서야 오는 나와는 당연히 대화하는 횟수가 적어졌고.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왠지 죄송하다. 얼마 전 큰 누나가 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그날 멋지게 차려입고 앉아 계셨다. 그날 아버지는 양복을 입으셨는데, 나는 아버지가 양복 입은 것을 두 번째로 봤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는 무표정으로 앉아 계셨다. 식 중에 매형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회자가 매형에게 신부측 아버지를 업으라는 지령을 내렸다. 매형은 아버지를 업었고 무표정이었던 아버지의 표정이 순간 활짝 펴졌다. 그때 나는 느꼈다. 아버지께 힘이 돼 드리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닌 사소한 것이라는 사실을. 업어 주고 손잡아 주는 아주 사소한 것들. 이러한 것들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늘어가는 주름만큼 하나하나씩 가깝게 다가가야겠다. 그동안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싫어했던 마음도 같이 말이다. <평> 진솔한 고백 통한 성찰이 감동 대체로 삶은 팍팍하다. 현실에 쫓기다 보면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에 역전극을 펼치듯 그동안 못한 것들을 만회하리라 마음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이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 진솔한 고백을 통한 성찰의 자세가 큰 감동을 주는 글이다. 고용우/울산제일고 교사, <함께여는 국어교육> 편집장 koyongu@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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