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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른은 모르는 아이들의 언어세계

등록 2007-05-13 17:19수정 2007-05-13 17:28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내가 읽은 한 권의 책 /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아주 오래 전, 동생과 함께 조카의 옷을 사고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여기 뭐가 묻어 있네.”

“빨지 뭐, 까짓거.”

잠자코 듣고 있던 세 살배기 조카 세린이가 외쳤다.

“까짓거 아냐! 세린이 거야!”

나는 이 놀라운 말장난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 아이는 자신이 아는 문법 규칙과 모르는 관용어 사이에서 이렇게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자기표현을 해낸 것이었다. 동화작가라면 이런 말장난을 풍성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세 살배기 아이는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술술 나올 수 있겠지만, 낱말 뜻을 다 아는 어른으로서는 그 관습을 뛰어넘는 창의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얼핏 들으면 엉뚱한 표현들
눈부신 창의성에 절로 감탄

옛 소련에서 활동했던 작가인 코르네이 추콥스키도 아이들 언어의 이런 창의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러시아 아동문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그는, 아이들의 말이 얼마나 눈부신지를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무엇을 집어넣으려고 애쓰지 않고,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관찰한 결과를 이 책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에 담아 놓고 있다.

그는 책상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라 전국의 독자들에게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살폈는데, 그 결과 아이들이 특정 단계에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어떤 식으로 파악하는지를 알아내고, 아이들의 사고체계에 어떤 규칙이 작용하는지를 발견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딱딱한 학술적 문장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동화 같고 콩트 같은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서 아주 쉽게 알려준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기가 막힐 정도로 꽉 막힌 관료주의 교육체계,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로크의 교육철학에 대한 빈정거림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 장에서 제시한 법칙이 절대 강제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는 열린 자세도 마음에 든다.

재미와 함께 지금도 유효한 실용적인 가르침, 추콥스키가 아이들에게서 배웠다는 그런 깨달음들도 소중하다. 이게 거의 100년 전 소련에서 나온 책 맞나 싶을 정도다.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정보는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알려주어야 할지, 죽음에 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런저런 것들을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고민하는 부모나 교사들은 참고할 만하다. 세 살 먹은 아이가 죽음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말하는 대목을 보면, 아이들은 우주만상의 본질을 깨닫고 있는 예언자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증거를 얻는다.

“늙은 사람을 땅에 묻으면, 그러니까 땅에 심으면, 꽃이 피듯이 어린아이들이 자라나.”

이런 아이들에게 대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른들은 늘 겸손하고 경건하게 되물어야 할 일이다.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동화작가 sjch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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