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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5월 14일 글쓰기 교실

등록 2007-05-13 17:53

행복한 죽음

최순민/광주고등학교 2학년

2004년 8월 무더운 여름날,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믿기 어려웠다. 가족들과 급히 담양으로 내려가는 동안 우린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흰 소복을 입은 채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촌누나가 보였다. 나도 한 30분간을 정신없이 울었다. 그때, 그렇게 괴로운 상황 속에서 나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옆에 놓여 있던 과일을 먹었다. 그러면서 내가 누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인간이 이렇게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존재인지 처음 알았다.” 슬퍼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배고픔이라는 육체적인 고통을 이기 못하고 과일을 먹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너무 증오스러웠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보니 부산과 서울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친척들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와 계셨다. 순간 나는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쪽에서는 가족, 친구, 지인을 잃은 슬픔에 젖어 침통해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술잔 들이키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당시 어렸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 나는 ‘장례식이 슬픔과 고통의 의식뿐만이 아니라 기쁨과 반가움의 의식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그렇게 슬퍼하던 와중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이웃들을 보고 반가워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 경험 이후, 장례식을 ‘만남과 축복의 의식’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이 세상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면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떠나가야 하는 게 옳은 게 아닐까, 죽음이라는 것을 삶의 반대라고만 생각을 하고, 살아 있는 자들의 입장으로만 해석해서 슬픔과 고통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한 현상의 단면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책을 통해 알게 된 진도의 ‘다시래기’라는 장례는 내가 그때 느꼈던 장례식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다시래기는 ‘다시 태어난다, 다시 즐긴다’의 뜻으로 망자는 소란함을 좋아한다는 우리네 풍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로 전라도 지역에서는 상갓집이 잔칫집에 버금갈 정도로 신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나는 이를 통해 장례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조금 더 정신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또, 우리 큰어머니께서는 열심히 사셨고, 후회 없는 삶을 사셨기 때문에 내가 슬퍼만 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축복 속에서 하늘나라에서는 더욱 행복하게 사시기를 빌어드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 ‘죽음에 대한 참신한 인식’ 빛나

죽음을 새롭게 해석한 인식의 참신함이 빛난다. 이 학생은 장례식을 경험하며 죽음이 ‘만남과 기쁨’의 장이 되어 행복한 죽음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진도의 ‘다시래기’ 풍속에 얽힌 독서 배경지식까지 더해져 관점과 인식의 참신함이 빛나는 글이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글틴 비평글 운영자(teen.munjang.or.kr)

ansu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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