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밖 국어여행/
[난이도-중2~고1] 12.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④
13.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⑤
14. 능동과 피동⑩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우리말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한국어가 동사 중심 언어라는 증거로, 기본 어휘의 대부분이 동사에서 가지쳐 나왔다는 점과 문장이 동사로 끝난다는 점을 들었다. 그 앞의 ‘동사와 형용사’ 편에서는 형용사가 동사와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동사의 가짓수와 관련해서 한국어의 특성을 몇 가지 더 살펴보자. 잘 알다시피, 우리말에는 ‘졸졸’ ‘쿵쾅’ ‘재잘재잘’ 같은 소리흉내말(의성어)과 ‘펄럭펄럭’ ‘휘청휘청’ ‘어슬렁어슬렁’ 같은 꼴흉내말(의태어)이 매우 발달했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사전에 미처 다 싣지 못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은데, 이런 낱말들은 문장 안에서 서술어를 꾸며주는 부사어 구실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말에서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한 것은 결국 동사를 꾸며주기 위해서다(의성어와 의태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볼 작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의성어와 의태어에 ‘-이다’ ‘-대다’ ‘-거리다’ 가운데 하나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 이렇게 해서 ‘펄럭이다’ ‘휘청대다’ ‘찰랑대다’ ‘졸졸거리다’ ‘쿵쾅거리다’ ‘재잘거리다’ ‘어슬렁거리다’ 같은 동사들이 태어난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이런 조어법이 한국어에서 동사의 가짓수를 얼마나 많이 늘려주는지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 동사의 개수를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피동사와 사동사를 만드는 것이다. 타동사의 어간에 ‘이, 히, 리, 기’ 중의 하나를 붙이면 자동사의 일종인 피동사가 된다. 이렇게 해서 ‘보이다’ ‘먹히다’ ‘들리다’ ‘믿기다’ 같은 동사들이 탄생한다. 또 자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 중의 하나를 붙이면 타동사의 일종인 사동사가 생겨난다. 이렇게 해서 ‘먹이다’ ‘굽히다’ ‘맡기다’ ‘재우다’ ‘돋구다’ ‘낮추다’ 같은 동사들이 태어난다. 또 한국어에서는 수많은 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동사를 만들기도 한다. ‘공부하다’ ‘입학하다’ ‘졸업하다’ ‘취직하다’ 같은 동사들이 다 이런 경우다. 이밖에 우리말의 기본 어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복합동사들이 있다. ‘나가다’(나다+가다) ‘들어오다’(들다+오다) ‘돌아보다’(돌다+보다) ‘뛰어가다’(뛰다+가다) ‘걸어오다’(걷다+오다) 같은 동사들이 그 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어에는 동사의 가짓수를 늘리는 여러 가지 방법이 발달해 있다. 이런 조어법을 들여다보더라도 한국어에서 동사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한국어는 동사의 가짓수를 늘려서 동사를 되도록 자주, 쉽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저명한 두뇌생리학자 카를 프리브람은 ‘뇌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마음을 과학한다>라는 책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처음에 인간의 언어는 동사였다’는 가설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초의 헤브루 말과 고대 이전의 산스크리트에서 이러한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최초 혹은 고대의 언어는 동사 중심 언어였다는 이론이다. 만약 이런 가설이 진실이라면, 한국어는 고대 언어의 특징을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해온 ‘언어고고학적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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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⑤
14. 능동과 피동⑩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우리말에서 동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한국어가 동사 중심 언어라는 증거로, 기본 어휘의 대부분이 동사에서 가지쳐 나왔다는 점과 문장이 동사로 끝난다는 점을 들었다. 그 앞의 ‘동사와 형용사’ 편에서는 형용사가 동사와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동사의 가짓수와 관련해서 한국어의 특성을 몇 가지 더 살펴보자. 잘 알다시피, 우리말에는 ‘졸졸’ ‘쿵쾅’ ‘재잘재잘’ 같은 소리흉내말(의성어)과 ‘펄럭펄럭’ ‘휘청휘청’ ‘어슬렁어슬렁’ 같은 꼴흉내말(의태어)이 매우 발달했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사전에 미처 다 싣지 못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은데, 이런 낱말들은 문장 안에서 서술어를 꾸며주는 부사어 구실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말에서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한 것은 결국 동사를 꾸며주기 위해서다(의성어와 의태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볼 작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의성어와 의태어에 ‘-이다’ ‘-대다’ ‘-거리다’ 가운데 하나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 이렇게 해서 ‘펄럭이다’ ‘휘청대다’ ‘찰랑대다’ ‘졸졸거리다’ ‘쿵쾅거리다’ ‘재잘거리다’ ‘어슬렁거리다’ 같은 동사들이 태어난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이런 조어법이 한국어에서 동사의 가짓수를 얼마나 많이 늘려주는지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 동사의 개수를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피동사와 사동사를 만드는 것이다. 타동사의 어간에 ‘이, 히, 리, 기’ 중의 하나를 붙이면 자동사의 일종인 피동사가 된다. 이렇게 해서 ‘보이다’ ‘먹히다’ ‘들리다’ ‘믿기다’ 같은 동사들이 탄생한다. 또 자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 중의 하나를 붙이면 타동사의 일종인 사동사가 생겨난다. 이렇게 해서 ‘먹이다’ ‘굽히다’ ‘맡기다’ ‘재우다’ ‘돋구다’ ‘낮추다’ 같은 동사들이 태어난다. 또 한국어에서는 수많은 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동사를 만들기도 한다. ‘공부하다’ ‘입학하다’ ‘졸업하다’ ‘취직하다’ 같은 동사들이 다 이런 경우다. 이밖에 우리말의 기본 어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복합동사들이 있다. ‘나가다’(나다+가다) ‘들어오다’(들다+오다) ‘돌아보다’(돌다+보다) ‘뛰어가다’(뛰다+가다) ‘걸어오다’(걷다+오다) 같은 동사들이 그 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어에는 동사의 가짓수를 늘리는 여러 가지 방법이 발달해 있다. 이런 조어법을 들여다보더라도 한국어에서 동사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한국어는 동사의 가짓수를 늘려서 동사를 되도록 자주, 쉽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저명한 두뇌생리학자 카를 프리브람은 ‘뇌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마음을 과학한다>라는 책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처음에 인간의 언어는 동사였다’는 가설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초의 헤브루 말과 고대 이전의 산스크리트에서 이러한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최초 혹은 고대의 언어는 동사 중심 언어였다는 이론이다. 만약 이런 가설이 진실이라면, 한국어는 고대 언어의 특징을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해온 ‘언어고고학적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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