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비누스 드 샤토 보네 2003년
[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
봄여름가을겨울의 가수 김종진의 ‘디비누스 드 샤토 보네 2003’
봄여름가을겨울의 가수 김종진의 ‘디비누스 드 샤토 보네 2003’
지난 2월 어느 날 저녁 제 발걸음은 약속된 장소로 바쁘게 향했습니다.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가 한 재즈바에서 저를 기다렸습니다. 와인광인 저와 친분 있는 와인 수입업체 대표가 한국 출판사의 초청으로 내한한 아기 다다시와의 만남을 주선해줬습니다. 우린 국적도, 다루는 예술 장르도 달랐지만 금세 와인과 음악을 소재로 대화에 빠져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린 동갑내기였죠. 아기 다다시는 대학 시절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잠깐 했노라고 수줍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스피커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와인콘서트 라이브 실황이 나오자 조그맣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이어지는 산타나, 에릭 클랩튼의 이름들 …. 저는 아기 다다시에게 다음 와인콘서트에 초대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때 우리 둘 사이를 이어준 와인이 ‘보르도의 위대한 농부’로 알려진 앙드레 뤼통의 디비누스 드 샤토 보네 2003년산이었습니다. 디비누스는 ‘신에게 바치는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보네 지역은 앙드레 뤼통이 태어난 곳으로 여든이 넘은 그가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뤼통은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시즈쿠처럼 다섯 살부터 와인을 마셨다고 합니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쇼비뇽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느껴지는 강하면서 부드러운 타닌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아기 다다시는 와인 맛이 뉴올리언스 거리에서 연주되는 블루스 기타 소리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개별 악기의 소리가 느껴지는 소극장 공연 같은 맛이라고 말했죠. 그날 저녁 두 남자는 재즈 같은 와인의 맛에 빠져 들었습니다.
디비누스 드 샤토 보네 2003년/11만원(소매가)/13%/문의 아영에프앤비 (02)2631-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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