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구단이 홈페이지 팬 게시판을 폐쇄하자 이에 반발한 일부 팬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비방 글.
호루라기 /
프로구단과 팬. 둘은 과연 어떻게 해야 건강한 관계가 될까?
팬 없는 구단은 ‘프로’로 살아남기 어렵고, 구단이 없으면 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둘 사이가 이렇게 가깝다 보니 때론 충돌이 일기도 한다. 팀이 잘 되도록 애쓰다 보면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까지 부닥치게 되는 순간 둘은 더 이상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프로야구 기아는 “지난 7일 팀 성적 부진과 관련해 구단 홈페이지(www.tigers.co.kr) ‘호랑이사랑방’(호사방) 게시판에 비방 글들이 올라와 잠정 폐쇄했다”며 “12일 오후 2시부터 재오픈한다”고 11일 밝혔다. 구단은 “유언비어와 허위사실들이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돼 게시판을 폐쇄했다”면서 “그동안 특정 목적을 위해 게시판을 악용한 회원들 ID를 삭제하고, 재오픈 이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되면 수사의뢰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단 조처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운 점은 없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예전에도 성적 부진에 불만을 품은 팬들의 거친 행동은 있었지만, 게시판을 닫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호사방에 글을 올릴 수 없게 된 팬들이 포털사이트나 KBO 홈페이지로 옮겨가 기아 구단을 성토하는 글을 계속 올리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기아 윤기두 홍보팀장은 “특정 세력에 의해 여론몰이가 진행되는 바람에 다른 팬들에게 피해가 가 죄송하다”면서 “지금의 단장과 감독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원하는 감독을 밀려는 조직적인 행동이 포착됐기 때문에 이번 조처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아끼는 팀의 성적부진으로 비롯된 이번 사태는 팬은 구단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정도를 벗어나 표현하고, 구단은 구단대로 이에 과민반응하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게 발단이 됐다. 팬은 그라운드 밖에서, 구단은 그라운드 안에서 각자 위치를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앞세웠다면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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