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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의문학풍경] 일본에서 민족작가 김사량 찾기

등록 2007-02-08 17:33수정 2007-02-08 17:38

최재봉/문학전문기자
최재봉/문학전문기자
최재봉의 문학풍경 /

김재용 교수(원광대)가 이끄는 민족문학연구소 소속 소장 국문학자들이 8일 낮 일본 남쪽 사가 현의 사가대학교를 찾았다. 김사량(1914~50)의 흔적을 찾아서다. 1940년 상반기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빛나는 소설 <빛 속으로>와 항일 학병 기록문 <노마만리>의 작가 김사량은 사가대학교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김사량은 평양고보를 그만둔 뒤 1933년부터 1936년까지 이곳 사가고등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없어진 사가고등학교가 바로 사가대학교 자리에 있었던 것. 아열대 식물들이 가로수 구실을 하는 이국적인 풍경의 사가대학교에는 옛 사가고등학교 시절 학적부와 교지, 사진 등을 전시한 전시실이 있다. 또 대학 도서관 향토자료 코너에도 입학 및 졸업 자료 등을 비롯한 사가고교 시절 자료들이 비교적 충실하게 보관되어 있다. 이곳 사가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 김사량은 ‘처녀작’인 일본어 단편소설 <토성랑>을 비롯해 여러 편의 시와 수필, 동화 등을 쓰거나 발표했다.

평론가 고명철, 서영인, 오창은, 이명원씨 등 민족문학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사가대학교를 찾기에 앞서 7일 오후 후쿠오카의 규슈산업대에서 조촐하게 김사량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규슈산업대 국제문화학부의 한국문학 전공 시라가와 유타카 교수는 ‘김사량의 구제(舊制)사가고등학교 시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사가고등학교 시절 김사량이 쓴 글들을 하나하나 확인, 정리했다. 특히 이때 쓰여진 <토성랑>의 초고는 일제 총독부가 빈민촌을 철거한다는 결말로써 식민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았으나 나중에 잡지에 발표될 때에는 태풍 때문에 파괴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지적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어 와세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곽형덕씨는 ‘김사량의 동경제국대학 시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김사량의 대표작인 <빛 속으로>가 그의 동경제국대학 독문과 재학 시절 경험을 살린 사소설인 동시에 민족의식을 고취한 민족주의적 작품으로서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을 역시 꼼꼼한 고증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또 김사량이 <요미우리신문> 1941년 2월 14일 치에 발표한 ‘내지어의 문학’을 비롯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김사량의 글 네 편을 새로 발굴해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재용 소장은 ‘일제말 김사량 문학의 저항과 양극성’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김사량의 세 소설 <천마> <무궁일가> <향수>가 각각 서울(경성)과 도쿄, 베이징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의 일제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과 협력의 양극화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민족문학연구소 연구원들의 김사량 세미나와 답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6월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세미나를 한 데 이어 태항산에 있는 김학철과 김사량의 문학비를 참배한 바 있다. 김사량의 여정을 추체험하고자 부러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배를 타고 건너온 이들은 9일과 10일에는 김사량이 대학을 다닌 도쿄와 대학원 시절 거주지였던 가마쿠라를 답사할 예정이다. 베이징과 태항산에서 사가, 가마쿠라로 이어지는 김사량 찾기 행보는 오는 6월 <김사량과 동아시아>라는 제목의 논문집으로 일차 결실을 맺을 참이다. 이 논문집에는 지난해 베이징과 이번 후쿠오카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함께 ‘해방 이후의 김사량’을 주제로 이번 학기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홋테이 도시히로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의 논문 등이 실릴 예정이다.

김재용 교수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 두루 흔적을 남긴 김사량은 그 작품 경향과 세계 인식에서도 동아시아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가”라면서 “일본에서는 벌써 1970년대에 네 권짜리 김사량 전집이 발간되었는데 정작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는 그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자 김사량 세미나와 답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재봉 /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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