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에 대한 언짢은 소식이 또 들려온다. 최근 미국 농무부는 미국에서 생산 되는 닭고기의 70%에서 강력한 인체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한 의문을 미국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검출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환경부가 정한 음용수 기준을 초과하는 것이 여럿 있었다.
닭에서 비소가 검출 되는 주된 이유는 비소가 섞인 사료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합법적으로 닭의 사료에 일정 양 이하의 비소 첨가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비소는 닭의 성장을 촉진하고 기생충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 문제는 사료에 첨가된 유기비소가 닭의 체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무기비소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기비소는 인간의 콩팥과 방광에 암을 일으키고,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면역력 저하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미국 과학자들은 현재의 미 식품의약국의 허용기준이 수십 년 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닭고기 소비가 급격히 증가한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또한 비소를 닭고기 외에서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비소 섭취량은 허용기준을 초과할 수 있으므로 주요 식품인 닭고기의 비소 허용기준을 더욱 강화하라고 요구한다. 더 나아가 비소 사료 대신 풀을 먹인 농가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한다. 논란이 거듭되자 미국에서는 비소사료를 먹이지 않은 유기농 닭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닭고기 생산회사인 ‘타이슨’은 앞으로 닭 사료에 비소를 넣지 않겠다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미국의 현실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닭 사료에 비소첨가를 허용하고 있고, 닭고기 소비량도 크게 증가했다. 관계당국과 닭고기 회사들은 하루 속히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국내산 닭고기에서 무시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 비소가 검출된다면 비소 첨가 대신 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는지 서둘러 찾아야 한다.
비소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항생제나 기타 유해물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당장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비소첨가사료 사용 여부를 제품표지에 표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비소 섭취가 걱정 되는 소비자들은 비소사료를 먹이지 않은 유기농 닭을 구입하거나 닭 껍질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관련기사
-
[건강이야기] 먹거리 위해성 논란 줄일려면…
-
[건강이야기] 콩팥결석 치료엔 레모네이드가 ‘약’
-
비행기 안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자리등급이 아니라 운동여부가 좌우
-
[건강이야기] ‘에취~’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 비온 뒤 맑개 갠 날 외출 삼가야
-
[건강이야기] 어린이에게 최고 선물은 ‘청정환경’, 담배 매연 유해식품 등 사전예방을…
-
[건강이야기] 병원 컴퓨터 자판기 ‘세균온상’ 확인
-
[건강이야기] 침대, 가구에서 과학넘어 치료까지
-
[건강이야기] ‘불면증’ 시달리는 사람엔 마음 편한 음악이 ‘수면제’
-
[건강이야기] 엠피3 오래 듣다 청력 잃을 수도
-
[건강이야기] ‘설탕 대체물’ 아스파탐 발암성 의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