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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건강이야기]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질긴 감연성, 전파경로 하나라도 놓치면 재발

등록 2006-07-04 17:37수정 2006-07-05 14:12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2002년 11월, 2300여 명을 태운 미국의 한 유람선이 카리브 해를 순항하던 중 84명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린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유람선의 두 번째 출범에서는 무려 2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선박회사는 이 유람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일주일 간 선체를 철저히 소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유람에서도 2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이후 여섯 번째 유람까지 환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전에 없던 사태에 놀란 관계당국은 정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유람선 승객들에게 증상, 증상이 나타난 시기, 투숙한 선실 위치, 음식섭취, 배에서 한 활동 등을 설문했다. 증상이 나타난 승객의 분변을 검사했고, 분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샘플은 추가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첫 번째 항해를 했던 승객 중 둘째 날 ㄱ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사람들은 유람 3일째 되던 날에, 역시 ㄱ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던 사람들은 4일째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3일째 날 ㄴ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사람들은 5일째 날 증세가 나타났다. 그런데 5일째 발병한 환자 중에는 3~4일째 되던 날 증세가 나타난 사람과 같은 선실에 있던 사람이 많았다. ㄱ식당과 ㄴ식당은 각각 다른 주방을 사용했으므로, 최초 감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 일어났고, 그 후에는 감염자와 접촉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분변 샘플의 유전자 분석 결과 노로바이러스 변종 6종이 발견됐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유람에서 식중독에 걸린 경우 그 종류가 같았고, 선체 소독 이후에 발생한 세 번째 유람선 환자의 분변 샘플 중 일부는 1, 2번째 유람선의 것과 같은 종류가 있었다. 두 번째 유람 후의 대대적인 소독에서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았던 것이다. 5, 6번째 유람선 승객들의 분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그 전과 달랐다. 새로운 변종 노로바이러스가 승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배의 오염된 환경이 식중독 사건을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을 테지만, 승무원이 노로바이러스 보균자가 되어 지속적으로 승객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최근 국내에서 사상 최대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노로바이러스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의 예에서 보듯 노로바이러스는 변종이 많고 감염성이 크기 때문에, 전파경로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노로바이러스 앞에서는 완벽한 대비만이 유일한 방책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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