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중독증’으로 생명 잃을수도
2002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28살의 한 여성이 달리는 도중 쓰러져 숨졌다. 몇 해 전 뉴질랜드에서도 14시간의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35살의 선수가 결승점에 도착한 후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 두 사건의 공통 원인은 ‘저나트륨혈증’이었다.
저나트륨혈증이란 땀을 과도하게 흘린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셔 혈중 나트륨 농도가 갑자기 낮아져 발생하는 일종의 ‘물중독증’이다. 저나트륨혈증에 빠지면 메스꺼움·피로감·구토·졸림·정신착란·혼미·혼수·발작 등이 일어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뇌를 비롯한 중추 신경계에서 나트륨 균형이 깨지면 일시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술에 약간 취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은 주로 전문 운동선수들에게 나타날 위험이 높지만, 마라톤이나 철인 3종 경기처럼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일반인들의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구진이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그랜드 캐니언에서 하이킹을 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일반인 중에서도 저나트륨혈증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나트륨혈증은 여름철 햇볕이 쨍쨍한 야외에서 수시간 격렬한 운동을 한 후에 계속해서 맹물을 들이켤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으로 쓰러진 사람에게 이를 모르고 탈수를 우려해 물을 마시게 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운동 중이나 운동 후 물을 마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린 상황에서 과량의 물을 계속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흘린 땀만큼 물을 보충한다고 생각하면 옳다. 음료의 종류도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피해야 한다. 카페인은 콩팥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이뇨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땐 흔히 스포츠 음료라고 알려진 이온음료를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국제마라톤 의학협회 마하램 박사는 마라톤 시합이 있기 전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 경기 당일 곳곳에 설치된 모든 식수대의 물을 마신다면 저나트륨혈증에 걸리기 쉽다고 충고한다. 마라톤 경기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전날에 평소보다 많은 염분을 섭취하고, 마라톤 경기 중에는 15~20분마다 1컵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물을 마실 때에도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큼이나 해롭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 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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